[윤은기 칼럼]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

입력 2017-03-05 17:44  

최근 기부활동 위축으로 사회 고통 커져
기업·개인도 사회적 공헌해야 지지받아
'덕 베풀어야 운 좋아진다'는 옛말 새겨야

윤은기 <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심리학 교수 한 분이 올해 정년퇴임하면서 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감사’인데 그간 받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나니 그 기쁨과 보람된 마음이 매우 크다. 학생들에게 선행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에 대해서 가르쳤었는데 직접 실행에 옮겨보니 역시 매우 기쁜 것이 맞았다.” 이 분은 평소에 긍정 심리학을 가르쳐왔는데 선행이 행복하게 사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가를 직접 실행해보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2010년 배우 신영균 씨가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5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서 화제가 됐다. 이때 신영균 씨가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저희 집사람도 장한 일 했다고 격려해줬고 아들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고 맏손녀는 할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행복감을 느낀다.” 이 분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직후 어떤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면 더 일찍 기부할 걸 그랬다면서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봤다.

조건 없이 남을 돕고 났을 때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한다. 이 느낌을 갖게 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지고 엔도르핀은 정상치의 3배 이상 올라가고 면역 항체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2003년 미시간대에서 5년간 연구 끝에 밝혀낸 결과다. 남을 돕는 것이 돕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1998년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심지어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를 ‘마더 테레사 효과’ 또는 ‘슈바이처 효과’라고도 부르고 있다.

최근 경제가 어려운 데다 부정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회 기부금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기부를 통해 활동해오던 사회봉사 단체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며 혜택을 받아오던 사람들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게다가 최순실 사건 수사의 여파로 기업들마저 각종 기부금을 끊고 있어 사회 곳곳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있다. 세상 살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면서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온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세상의 가치 기준도 바뀌고 있다. 요즘은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오히려 실감나는 세상이 됐다. 기업도 사회적 공헌(CSR)을 제대로 할 때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해야 더 번성할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거나 개인의 사회적 공헌(PSR)을 실천해야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주력 산업의 쇠퇴와 저성장으로 조기 퇴직자와 취직을 못해 고통을 겪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내몰려진 사회적 약자들도 곳곳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뽑아주면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의심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조금씩 온정을 보탠다면 훨씬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최대 기업 집단인 삼성그룹이 10억원 이상 후원금과 사회공헌 기금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집행하기로 했고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도 사전에 심의회를 거치도록 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 다른 대기업도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건전한 사회기부 활동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건강사회가 될 수 있다. 강자가 약자를 돕고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돕는 게 순리다. 기부와 선행이 개인에게 보람과 행복감을 주듯이 기업이나 국가도 선행을 해야 행복한 기업, 행복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덕을 베풀면 운이 좋아진다는 옛말을 새삼 되새겨보고 있다. “가덕을 베풀면 가운이 열리고 사덕을 베풀면 사운이 열리고 국덕을 베풀면 국운이 열린다.”

윤은기 <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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